국민교육헌장

국민교육헌장

아래의 글은 서울아트가이드 2월호 '글이 있는 그림'에 기고한 원고 입니다. 

국민교육헌장
정의
1968년 12월 5일에 반포된 교육헌장.
개설
우리 나라의 교육이 지향해야 할 이념과 근본 목표를 세우고, 민족중흥의 새 역사를 창조할 것을 밝힌 교육지표이다. 1968년 6월에 대통령 박정희(朴正熙)는 당시 문교부장관 권오병(權五柄)에게 ‘국민교육의 장기적이고 건전한 방향의 정립과 시민생활의 건전한 윤리 및 가치관의 확립’을 위해서 각계각층의 의견을 총망라하여 교육장전(敎育章典)을 제정할 것을 지시하였다. - 한국민족문화대백과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어렴풋하게 교실 밖으로 보이는 풍경과 어렴풋한 담임 선생님의  얼굴을 미루어 짐작컨대, 초등학교 2학년 때 일 것 같다. 국어책 첫 장에는 ‘국민교육헌장’이 2페이지에 걸쳐 인쇄되어 있었다. 우리는 그 문단 전체를 달달 외워야 했다. 아버지께서는 항상 ‘정호는 암기력이 참 좋아’ 라고 칭찬 할 만큼 외우는 일에는 자신 있었지만 무려 2페이지에 달하는 문장 모두를 외우는 일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학교전체, 모든 학년이 쪽지 시험을 쳤다. ‘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으로 이 땅에 태어났다.’로 시작해서 ‘새 역사를 창조하자!’를 마지막으로... 토씨하나, 글자 하나, 쉼표까지... 시험지를 바꿔 짝지끼리 채점했다. 눈이 크고 깐깐하게 머리를 양 갈래로 땋은 짝지 덕분에, 나는 선생님의 작은 북채에 손바닥을 맞았다.  

최근 개인전 퍼포먼스 촬영 때문에 이 길고 긴 헌장을 다시 외웠다. 첫 문장 이후 따라오는 문장들은 어릴 적 어설픈 기억들이 오히려 암기를 방해했다. 문장 구조를 먼저 이해하고, 내용의 흐름을 생각하고, 이해를. 그렇게 외우면 쉬울 줄 알았다. 아니다. 암기는 닥치고 골백번은 입으로 내뱉어야 했다. 그저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위해. 
낭독한 내 목소리를 녹음하고 그 ‘소리’를 하루 종일 반복 반복해서 들었다. 지금도 이럴진대 그 어린나이에 저 어려운 말들을 가슴에 새겨, 새 역사를 창조하기 위해 민족의 슬기를 모으겠다고 다짐했겠는가. 
그냥 보시기에 좋았으리라! 

이번 개인전 영상을 보면 ‘대나무 숲’에서 연미복을 입은 남자(자아)가 귀엣말로 소리치듯 국민교육헌장을 ‘연설’한다. 대나무 숲에서 목청껏 부르짖는 호기로운 고백이 아닌, 스스로 살아왔던, 살고 있는 이 ‘미망(迷妄)한 세계’의 수치스러움을 역설한다.

붙임) 키보드를 새로 사거나, 워드 파일을 테스트 하거나 종이에 뭔가 끄적거릴 때, 나는 항상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던 산골’ 이 노래가사를 쓴다. 워낙에 입에 붙은 까닭에 입이 손으로 전달되는 것이겠지. 후배는 ‘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문장을 쓴다고 했다. 
워낙에 머리에 달라붙어 무의식적으로 손이 쓰는 것이리라, 미망, 미망.

국민교육헌장 반포 50년 주년 되는 날 밤
2018.12.05. 
작가 옥정호

국민교육헌장, 2채널 비디오, 3`32``,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