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yday

메이 데이의 목소리 안무 시간성
김남수

                                                                                                   

옥정호 작가의 <메이 데이>는 서류상자로 변하는 최후의 인간들이 어떻게 권력에 당하는가 라는 전반전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층탑의 수행력 속에서 최후의 인간들이 반란의 가능성을 꿈꾸는가 라는 후반전이 이중노출처럼 서로 스며있다. 신체악기의 무능함과 싸우는 힘의 저하를 작가적 스탠스로 미리 야누스 이정표의 푯대처럼 박아둔 것은 냉철한 현실인식이자 자기고백적인 옥정호 작가 특유의 스타일이다. 이번에는 일종의 히치콕 까메오 출연 같은 자기 인장 찍기라고 할까. 
중요한 것은 목소리를 낼 수 없게 하는 권력의 이상과열 현상이 후기 자본주의 스타일이 아니라 현재의 문명적 축이 붕괴된 이후의 징후적 풍경 같다는 점이다. 그에 저항하는 노동자의 절규는 여전히 20세기 민주노총 스타일로 고착화되어 있다. 이러한 풍자와 위트 속에서 옥정호 작가는 그 노동하는 인간 일반이 노동의 의미를 상실한 채, 카프카적 서류인간이 되어가는 풍속도를 연출한다. 연출하는 사진은 무려 1억 화소이며, 이 과포집된 화소의 진실은 지금이 “하늘에는 천사가 나팔을 불고 침묵이 반 식경 흘렀다” 라는 묵시록적 현실 탓임을 부인할 수 없다. 우리는 반 식경의 ‘하늘의 침묵’이라는 시간대를 살아간다는 것이다. 
육면체 셀[cell] 공간에서 인간 군상들은 저마다 그 ‘하늘의 침묵’을 감당해내는 지옥도의 고문을 몸소 겪어낸다. 동시에 이는 권력에 의한 통닭구이 고문처럼 보이기도 한다. 상징적이며 현실적이고, 몽환적이며 적나라하다. 옥정호 작가는 마치 공포영화 속의 수행자[cenebite]들처럼 이 극한적인 몸짓의 지옥도를 1억 화소의 자체발광 화질 속에 담아낸다. 이유는 눈이 튀어나올 정도의 절망 속에서 이 극한상황이 백척간두에서 한걸음 내딛는 하나의 가능성이자 작가로서 행할 수 있는 예술의 내재적 비판임을 입증하고자 함이다. 이는 성공했을까. 
빛이 모든 곳에서 편만하게 몰려들 때, 통닭구이 같은 몸들은 활시위에 건 화살처럼 날카롭게 변하며 시간성을 그 몸의 곡률로써 구부린다. 즉 현재라는 감옥에서 이탈해버리는 것. 이는 라이프니츠의 미적분이 전제한 빛의 오작동에서 비롯한다. 옥정호 작가는 그림자 없는 몸짓들의 안무를 1억 아니라 무량광명[無量光明]에 노출시키고자 한다. 역설적으로. 인간으로부터 나오는 무량광명을 여전히 한가닥 믿으면서.
뒷하늘의 세상이 오는지 모르지만, 서구 중심의 근대 문명이 그 구동축이 부러져서 ‘하늘의 침묵’ 속에 처한 지가 오래되었건만 그 침묵의 피리소리를 인간화하여 소리없는 아우성 속에서 이 주어진 현실을 타개하려는 작가는 일찍이 없었다. 옥정호 작가는 매우 무모하게 이러한 타개책을 모색하면서 스스로 쫄쫄이를 입고 통닭구이된 인간들 등속과 하등 다를 바 없이 널부러진다. 거기에서 비로소 새로운 각축[各軸, individual axis]이 각축[角逐]하기 시작한다. 이 각축 속에서 최초의 인간들은 어떻게 탄생할 기미가 엿보이는가. 옥정호 작가의 질문이다.


2023년 5월 1일 고(故) 양회동씨가 스스로 몸에 불을 놓아 생을 마감했다. 이 비현실적 뉴스는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이다. 근대사 책에서 나온 일이 다시 재연된 이 기이한 뉴스는 며칠을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가 선택한 죽음을 재생산 해내고야 마는 이 세상과, 그러한 죽음의 형태가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한 그에 대해 안타까움과, 그리고 그가 몸담았던 조직에 대한 분노. 
마치 몸이 계절의 변화를 못 좇아가듯 말이 현상을 혹은 세상을 따라가지 못한다. 
나는 그러한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2023, 5월 작가노트

May Day_No.1, 150x210cm, Archival Pigment Print, 2023.

 May Day_No.2, 150x150cm, Archival Pigment Print, 2023.

 May Day_No.5, 150x150cm, Archival Pigment Print, 2023.

 May Day_No.6, 150x150cm, Archival Pigment Print, 2023.

 May Day_No7, 150x150cm, Archival Pigment Print, 2023.

Moving Day_no1, 116.5x350cm, Archival Pigment Print, 2023

Moving Day_no3, 116.5x350cm, Archival Pigment Print, 2023

Moving Day_no2, 116.5x350cm, Archival Pigment Print, 2023

투우사의 죽음, 85x150cm, Archival Pigment Print, 2023.

피리부는 소년 100x61cm, Archival Pigment Print, 2023.